버릇
08/14/23  

엄마들은 아이가 뭔가 나쁜 행동을 하면 그게 행여나 평생 습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단속을 하게 된다. 눈 깜박거리지 마, 손톱 물어뜯지 마, 입술 뜯지 마, 다리 떨지 마, 똑바로 걸어 등등 심지어 뭔가 새로운 것들이 자꾸만 생겨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엄마 눈에는 내 자녀의 나쁜 버릇들이 유독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한때 나는 아들의 걸음걸이에 꽂혀서 운동화 밑창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며 한참 동안 들여다보곤 했었다. 미세하게 안쪽만 더 많이 닳아 있는 것 같아서 아이가 안짱다리라도 되면 어쩌나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릴 때 엄마가 사람은 자세와 걸음걸이가 중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이게 말한 게 자꾸만 생각나서 더욱 걱정스러웠다. 멀쩡하게 잘 걷는 아이를 보면서도 뭔가 크게 잘못될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끼다니 별일 아닌 것으로 참 유난을 떨었구나 싶다.

우리집 아이들은 어릴 때 모두 손가락을 빨았다. 특이하게도 엄지가 아닌 검지를 빨았고 둘째는 신기하게 검지와 중지 두 개를 동시에 빨았다. 신생아 때는 출산한 병원에서 준 공갈젖꼭지를 물려줘보기도 했지만 자기 손가락만큼 좋아하진 않았다. 쪽쪽 빨다가 공갈젖꼭지가 입에서 쏙 빠져버리면 스스로 다시 입에 넣을 수 없어서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달랐다. 누워있는 채로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아기가 손가락만큼은 잘도 빨았다. 애 넷 모두 내가 옆에 끼고 재우지 않고 수면훈련을 하여 혼자 재웠기 때문에 손가락 빨기는 자기 나름대로 엄마 없이 잠들기 전에 자신을 위로하고 진정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었다. 아이 손가락에 굳은살을 보면서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지만 굳이 못하게 막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가 슬슬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손가락을 빨지 말라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 정도 지속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그만둔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며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들에게 이가 심하게 튀어나온 뻐드렁니 사진들을 들이밀며 "너희가 손가락 빨기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 치아가 이렇게 되고 말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아직 영유아였던 아이들에게 이 협박은 생각보다 잘 통했다. 아이들은 제법 놀란 얼굴을 하더니 정말 그 무렵부터 점차 손을 빠는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 굳은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셋째는 지금까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TV를 시청하거나 뭔가 멍하니 있거나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손이 입을 향해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몇 년 전까지는 뭐든지 물어뜯거나 씹는 것을 좋아해서 셋째의 물건에는 유난히 이빨자국이 많았다.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은 정서적 불안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하니 셋째의 그런 행동은 더더욱 눈에 거슬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긴 했지만 잠옷에 달려있는 리본 끈을 질겅질겅 씹고 쪽쪽 팔곤 했었다. 그 끈에서 나는 약간 비릿한 냄새마저 좋아해서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연필꼭지나 인형 다리를 깨무는 것도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먹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씹고 싶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쁜 버릇은 일찌감치 고치고 어려서부터 좋은 습관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고들 말한다. 안 그러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마치 인생 말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겁을 주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쁜 버릇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타격감이 사람들이 겁내는 것에 비해 너무 미비한 수준이다. 집중할 때 손톱을 깨물거나 초조할 때 다리를 떠는 어른을 수도 없이 만나봤지만 다들 멀쩡하게 잘 먹고 잘 산다. 그도 그럴 듯이 그들이 하루 종일 손톱을 물어뜯거나 할 일도 안 하면서 다리를 떨고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정서적 불안감을 꾹꾹 속으로 삭이고 삼키기보다는 그렇게 소소하게라도 표출하고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게 더 괜찮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강을 해치는 것만 아니라면 나쁜 버릇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눈앞에서 내 자식이 손톱을 물어뜯는다면 나는 또 하지 말라고 말하고 말 것 같다. 그렇지 뭐... 인생은 늘 이렇게 굴러가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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