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못 믿지만
08/28/23  

아침저녁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편이다. 여행 날짜를 잡을 때도, 선약이 잡혔을 때도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한다. 여름이 되면 우리 집 식구들이 외출할 때마다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오늘 비 온대?"이기 때문이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하루 일정은 물론이요 복장, 준비물마저 달라지니 일기예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 알다시피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가끔은 전혀 다른 두 계절이 뒤섞여 있는 것도 같고 땡볕에 쓰던 양산이 별안간 우산이 되어야 하는 일도 생겨난다. 

며칠 전 셋째의 충치 치료를 위해 집 근처 치과에 갔었다. 분명히 비 예보가 없었기 때문에 우산 없이 걸어서 병원에 갔고 치료를 마치고 20여 분 만에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길 건너 카페로 뛰어들어갔고 주문한 음료가 나왔을 때는 하늘에 온통 짙은 먹구름에 장대비가 퍼붓고 있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분명 더할 나위 없이 맑았기에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더 황당했던 것은 거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들 어디선가 우산을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일기예보대로라면 나처럼 우산을 안 쓴 사람이 더 많아야 마땅한데 신기하게도 우산을 쓴 사람이 더 많아서 놀랐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하면서 우산을 들고 나온 것이다. 혹시나 싶어 남편에게 연락하니 남편 역시 가방에 우산이 있다고 한다. 여름에는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항상 우산을 갖고 다닌다고. 

그렇다. 사람들은 애초에 일기예보를 철석같이 믿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비 예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챙긴 것이다. 장마철에는 특히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아서 더더욱 일기예보를 불신하게 되니 예보와 상관없이 우산을 챙기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봄, 가을, 겨울은 기압계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잘 변하지 않고 오랜 시간 머물기 때문에 날씨 예측의 정확도가 높은데 여름은 변화무쌍한 대기상태 때문에 날씨의 변화 폭이 커서 더욱 그렇다고 한다. 

나는 아이폰 사용자인데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국내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서 요즘 번거롭게 네이버 날씨까지 따로 검색하고 있다. 아이폰 날씨의 경우 순식간에 실시간 예보가 확 달라지거나 현재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맑음으로 표시될 때는 정말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얼마 전 기사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에 날씨 예보를 제공하는 기상 정보 사업자가 각각 다르다고 한다. 특히 애플은 국내 예보가 제한적인데 그 이유가 국내 기상 정보를 국내에서 직접 받지 않고 다른 나라의 기상청을 비롯해 총 15개의 기관에서 받고 있는데 여기서 한국 기상청은 쏙 빠져있다고 한다. 

당장 내일은커녕 오늘의 날씨조차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일기예보 대신 내 촉을 믿어야 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도 어김없이 일기예보를 확인할 것이다. 분명 맑음이었던 날씨가 갑자기 흐림이나 비로 변한다면 또 툴툴거리며 양치기 소년 같은 일기예보를 탓하겠지만 말이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마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네 삶과 무척 닮아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일기예보를 들여다봐도 결국 나는 우산 없이 소나기를 만나기도 하고 레인부츠를 신고 뙤약볕 아래를 걸으며 진땀을 흘리는 일도 있을 것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