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love something, set it free.
If it comes back to you, it is yours.
If it does not, it was never meant to be.
제가 아주 좋아하는 시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 난생 처음 실연이라는 것을 경험했을 무렵 좋은 친구가 저에게 건내 준 시였습니다. 사랑을 잃었다는 아픔보다는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몹시도 힘들었던 시절 이 시는 나에게 최고의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한해가 지나고 또 지나면서 이 시가 비단 사랑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것 어느 하나 내 것이 없더군요. 영원히 변치말자 갈비뼈 부서질 듯 서로를 얼싸안으며 결혼 서약한 배우자도 온전히 내 것은 될 수 없고 금쪽같이 귀한 자식 역시 백년 만년 내 품안에 있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남편, 내 자식이라며 지나친 욕심과 기대를 품었을 때 행복해야 할 가정이 흔들리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남의 자식 대하듯이 내 자식을 키워라”는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 정말 우리는 교육을 핑계로 내 아이들에게는 더 많이 인색하고 또 참을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자들도 남의 집 아이들은 가르치지만 내 자식들 교육은 쉽지 않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대학교 다닐 때 혼자서 한달간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유럽은 배낭 여행자의 천국이기도 하지만 소매치기가 극심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특히 스페인으로 가는 야간열차는 특별히 주의가 요망되는 구간이었습니다. 내가 타고있던 열차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때 많은 여행자들이 가방에 자물쇠며 체인을 걸어두며 소매치기를 주의했었는데 소매치기는 정작 그런 것을 개의치 않는지 자물쇠가 없는 내 가방은 버젓이 놔두고 단단한 자물쇠가 걸려 있는 내 옆 사람 가방을 칼로 찢어 중요한 물건만 낼름 집어 달아나버렸습니다. 모두 잠들어 있던 새벽녘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돈이란 녀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내 손에 꼭 쥐었다가도 홀연히 내 곁을 떠나가 버리면 가지말라 소리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녀석은 언제나 제 멋대로라서 올 때도 갈 때도 아무런 예고가 없습니다. 공으로 얻은 돈이 생기면 바람이 귀뜸이라도 해 준 것인지 어김없이 차가 고장난다든지,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따위의 돈 들어갈 구멍이 생깁니다. 아끼는 물건들도 그렇습니다. 몇 번이나 잊어버렸다가도 심지어는 버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다시 나타나는 물건이 있는가하면 소중히 모셔둔다고 잘 보관했는데도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물건들도 있습니다.
온전한 내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사랑하는 남편도 내 남편이기 이전에 이 사회의 한 일원이고, 아들이고 남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내 좁아진 마음이 서서히 넉넉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타인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도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합니다. “괜찮아, 내 것이 아니니깐……” 내가 아끼는 것들을 조금만 자유롭게 해 주면 내가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물론 머리와 마음이 늘 같지 않아서 매일 매일 연습이 필요하지만 오늘도 되새겨봅니다.
If you love something, set it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