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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의 연설
04/15/24  

11일(목),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의회 초청석에서 경청했다. 필자가 갤러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잠시 후 기시다 총리의 부인, 요코 여사가 입장했다. 요코 여사는 나와 아주 가까운 갤러리에 자리했다.

회의장의 상·하원 의원들과 2층 갤러리를 가득 채운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면서 입장한 기시다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인사를 나눈 뒤 34분간 연설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어를 사용한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는 영어로 연설했다. 뉴욕 퀸즈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잠시 보냈던 기시다 총리는 영어 연설에 거침이 없었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제일 먼저 그는 갤러리에 있는 부인 유코 여사를 소개한 뒤 "유코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제 모든 결정에 대해 여러분들에게 신뢰감을 줄 것"이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이어서는 뉴욕 퀸스에서 3년간 거주했던 어린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의원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그는 이날 “전 세계적으로 미국이 국가 간의 문제와 관련해서 앞으로도 계속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그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일본이 적극 돕겠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여러 세대 동안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온 국제 질서가 우리와 매우 다른 가치와 원칙을 가진 이들로부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전 세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현재 위협받고 있다”고도 했다.

기시다는 위협의 사례로 중국과 북한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현 대외 정책과 군사 행동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크고 전례가 없는 전략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수출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을 받게 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아시아의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리더십이 없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가 희망이 사라지기 전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기시다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에 미국인들이 국제사회에 관여하는 데 ‘회의감(self-doubt)’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는 “국제질서를 거의 혼자서 지탱해온 미국은 외로움과 피로, 무거운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일본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하겠다.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한다”고 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우주선에 일본이 미국의 동승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영어와 일본어로 “일본은 가장 가까운 친구, 도모다치(友達·친구)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수십 년간 변화했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회복하는 과묵한 동맹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강력하고 헌신적인 동맹으로 바뀌었다"며 "우리의 국가안보 전략도 바뀌었고, 인도태평양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우리 정책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늘날 우리 협력은 양자간 관계를 넘어선다. 예를 들어 미국, 일본, 한국, 호주, 인도, 필리핀 또는 주요 7개국(G7), 아세안과의 3국 혹은 다자간 협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미일 세 정상은 지난해 여름 캠프 데이비드에서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만났다"고 말하면서 한미일 협력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이번 미 의회 연설은 일본 총리로서는 두 번째다. 2015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했다. 일본 총리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은 것 역시 2015년에 이어 9년 만이다.

일본 총리의 연설을 들으면서 우리도 역사 인식, 세계사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그동안 과거 역사 인식에 사로 잡혀 일본인들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두 나라 발전을 위해 이제는 동반자 관계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피해 의식과 증오로는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과거 역사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서도 안 된다. 국민을 편가르기 하면서 표를 얻어가는 정치인들과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적 편견을 조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고 발전하며 지구촌 평화를 위해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일본도, 중국도, 미국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인식의 전환은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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