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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훈련
04/25/18  |  조회:201  

만 세 살 반인 막내가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세 번, 집에서 두 번 팬티에 오줌을 쌌다. 기저귀와 작별한 이후 화장실에 가는 길에 속옷에 실수를 한 적이 있긴 하나 이후 오줌을 잘 가려 주고 있어서 안심하고 있던 터였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나, 어디가 아픈가……’ 엄마가 되고나니 아이들이 먹고, 싸고,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매일같이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기를 쓰고, 변기에 건강한 황금색 변이 보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자야 하는데 누가 소리를 내서 잠이라도 깨우면 그 사람이 그리 원망스러울 수 없다.

 
첫째 때는 꽤나 길고 지루한 배변 훈련의 과정을 거쳤다. 첫 아이가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그 당시에 쓸데없이 호들갑을 떨었던 모양이다. 임신 준비를 시작했을 때부터 중고 임부복을 모으기 시작했고 임신 중엔 10권이 넘는 출산, 육아 서적을 읽었으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백일 준비에, 곧이어 돌잔치 준비에 돌입했으니 자연스레 돌이 지나고는 배변 훈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 두 살이 되니 아이의 기저귀가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벌써 배변 훈련을 하고 있거나 기저귀를 졸업한 또래 아이들을 보면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시간에 맞춰 변기에 앉히기, 무조건 기저귀 벗기고 팬티 입히기, 자기 전에는 물 안 먹이기, 자는 아이 중간에 깨워서 오줌 누이기, 대소변 교육 영상 보여주기, 변기에서 성공하면 칭찬해 주기, 엄마 아빠가 변기에서 볼 일 보는 거 보여주기 등등 안 해 본 것이 없이 하느라 아이도 부모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쫓아다니며 대소변을 치우고 이불 빨래를 해대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결국 큰소리를 내며 아이를 야단치기에 이르렀다.

 
이제 좀 괜찮아졌나 싶었던 어느 날은 아이 방 안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들여다보니 아이 이불이 축축히 젖어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자다가 실수를 한 모양인데 엄마에게 혼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목하고  속옷을 비롯해 젖은 옷은 옷장에 숨겨두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엄마의 눈을 속이려 했던 것이다. 배변훈련이 도대체 뭐라고 아이를 이렇게까지 궁지로 몰아넣은 것인지 몹시 미안하고 짠했지만 이것을 어떻게 멈춰야 좋을지도 몰랐다.


삶이 바빠지기도 했고 혹독한 배변 훈련이 부질없다는 것을 경험한 터라 둘째와 셋째는 배변 훈련을 거의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대소변을 가리겠지’하는 생각으로 여유를 부렸더니 만 세 살 무렵 어느 날 갑자기 가리기 시작했고 첫째처럼 실수를 하는 일도 드물었다. 억지로 훈련시키지 않았어도 때가 되니 스스로 알아서 가린 셈이다. 물론 만 두 살에 들어서자 주위에서 “배변 훈련은 언제 할 거냐?”, “아직도 기저귀 차냐?” 인사처럼 물어대는 것이 조금 귀찮았지만 결국 애는 남이 아닌 내가 키우는 것이니 이럴 때는 남의 이야기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소신을 굳혀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때가 되면 굳이 엄마가 애쓰지 않아도 아이가 변기에서 배변을 한다는 것을 첫째 때 마음을 졸이며 안 해본 거 없이 하면서 깨달았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대략 10년간 구매한 어마어마한 양의 기저귀를 생각하면 헛웃음부터 나오지만 이제는 알아서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니 이따금씩 아이들의 변 상태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변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날도 오게 될까.

 

* 본 칼럼의 필자는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와 26년 동안 생활했다. 미국 생활 중 이민 1.5세의 눈에 비친 미국 생활을 흥미롭게 전하던 필자는 작년 8월, 다시 한국 생활에 들어갔다. 이후 1.5세가 경험한 흥미진진한 한국 생활을 전하고 있다.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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