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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05/03/18  |  조회:270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 있는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끊임없이 한반도 전쟁설이 나돌았지만 불과 두세 달 만에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한 것이다.

 

이날 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북측 지역에 있는 ‘판문각’에서부터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의 영토로 들어왔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 마중 나와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굳게 손을 잡았다. 두 정상은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나누었고, 김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비록 10여 초에 불과할지언정 문 대통령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 머물렀다. 두 정상 간의 첫 만남을 한국을 비롯해 세계 유수 언론들은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한반도에 찾아온 봄을 예찬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 오전회담, 기념식수, 산책, 오후회담, 판문점 선언 발표, 환송행사 등 하루 동안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두 정상 간의 비공개 회담을 제외한 모든 일정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화면에 비친 두 정상은 언제나 손을 굳건하게 잡고 있었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종전 선언, 철도와 도로 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밤잠을 설쳐가며 김 위원장이 손을 흔들며 ‘자유의 집’을 떠날 때까지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감동이 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남북간의 제1차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 출범 3년 차에 이루어졌다. 지난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회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양측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경제협력 등을 비롯한 교류 활성화,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한 실무회담 개최 및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의 내용이 담긴 6.15 남북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이 발표되자 세계 언론들은 ‘남북간 대립의 역사는 6·15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남북의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한반도 스스로의 평화통일의 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은 한반도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에 젖어들었다.

 

회담 후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남한 주최 스포츠 경기 행사에 북한의 참가 등 민간 교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남북 당국의 회담이 지속되었고, 북한은 일본, 미국과도 화해 분위기를 유지하며 국교 정상화 교섭에 나섰다. 평화가 한반도에 정착할 것이라는 믿음이 곧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제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믿었다.

이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킨 공로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한반도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2002년 제 2 연평해전을 일으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했다.

 

제2차 정상회담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 위원장 간에 이루어졌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명명된 ‘10.4선언’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6.15 공동선언 구현과 종전선언 추진 △백두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확대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등이었다.

 

하지만 ‘10.4선언’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2010년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을 감행하며 위태위태하게 유지되고 있던 평화마저 파괴하려 들었다. 결국 남과 북은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들을 이루는 것은 차치하고 오히려 더 강력한 경색 국면으로 회귀하길 반복했다.

 

그로부터 11년. 이번에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 이후 최초로 남측 땅을 밟았다. 그것도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그리고 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가슴 떨릴 만한 청사진을 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희망적이지 않고 오히려 한편으로는 불안감까지 이는 것은 앞서 열린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는 초석이 됐다기보다는 일회성 화려한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록 성과가 없었다고 해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의 노력이 아주 헛된 것은 아니다.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평화는 영구적으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 3차 남북정상회담은 이전과 달리 선언문대로 실현되어 지금 마음에 일고 있는 일말의 불안감이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머쓱해지질 바란다.

 

현재 국제사회는 과거보다 더욱 치열하게 국익을 앞세워 대립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한반도 문제도 국익 추구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위해 남과 북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해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외교 전략도 철저하게 준비해 대처해 나가길 바란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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