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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야지
07/22/24  

나는 4.2kg 우량아로 태어났다. 엄마는 내가 너무 커서 둘째였는데도 불구하고 오빠보다 더 고생해서 나를 낳았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마른 몸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유년기에는 식사 시간이 별로 즐겁지 않은 편식 심한 아이였는데도 늘 통통했었다. 중3 때부터 급성장기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자 편식하던 습관마저 싹 사라졌다. 미국에 살면서 각종 살찌는 음식들을 거침없이 먹었더니 고3 무렵에는 정말 풍만한 몸을 갖게 되었다. 20대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음주가무를 즐기느라 열심히 먹고 마셨더니 결혼식날까지도 살을 전혀 빼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대로 살고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천만다행이게도 살이 많이 찐 적도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먹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20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다이어트 중이다. 나의 다이어트에는 "진짜 다이어트"와 "가짜 다이어트"가 있는데 진짜 다이어트는 목표를 세우고 기간을 정한 후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는 것으로 이건 함부로 시작하지 않는다. 가짜 다이어트는 "옷이 작네, 앉아있으면 너무 불편하네, 요즘 너무 먹네"하면서 수시로 '살 빼야지 살 빼야지' 생각만 하는 것으로 20년째 지속되고 있다.

"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살을 뺄 수 있어."라고 말하며 한차례 내려놓고 마음껏 살을 찌우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마음을 먹어도 쉽게 살을 뺄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살이 찌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임신했을 때 20kg 이상 살이 찌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임신했을 때도 체중이 많이 불어나지 않도록 주의했고 덕분에 네 번이나 출산했지만 금방 원상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두 달 동안 유산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평소 잘 먹지 않던 간식까지 자주 챙겨 먹었더니 체중도 늘고 몸이 살짝 불편할 정도로 무거워졌다. 이렇게 몸이 무거워진 것은 "한입만", "오늘만"의 산물이다. 한 입만 먹는다 하고 한 입만 먹는 경우가 없고,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살 빼야지 하고는 바로 실행에 옮긴 적도 없었다. 그저 꾸역꾸역 주 2회 필라테스만 가고 있는데 수년간 필라테스를 하고 있지만 필라테스는 결코 살 빠지는 운동이 아니다. 나이 들며 점차 굳어가는 몸, 줄어드는 근육을 위한 최소한의 연금이라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또다시 '살 빼야지 살 빼야지' 노래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살을 빼야지 마음을 먹으면 신기하게도 더 살이 찐다. 보통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을 하면 이런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1. 운동을 열심히 한다. 운동 후 배고파서 혹은 보상심리로 더 많이 먹는다.

2. 식사량을 줄인다. 식사 후 금방 출출해져서 간식을 먹는다.

3. 간헐적 단식을 한다. 단식 후 폭식을 한다.

4. 금주를 한다. 사는 게 재미없어서 무기력해지고 자꾸 몸이 쳐지고 드러눕고 싶다.

이 모양이 되면 다이어트 중임에도 불구하고 살이 빠지기는커녕 체지방이 더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살이 빠지는지…… 그저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된다. 여기에 야식, 폭식만 피하면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말은 참 쉽다. 하지만 답이 있어도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정답을 안다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듯 답을 알아도 못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애초에 정답대로 살았다면 이런 몸과는 거리가 멀었겠지.

생일을 맞아 친구가 고가의 러닝 전용 양말을 선물해 주었다. 축하 메모에 "네가 아니었다면 난 내가 뛸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평생 몰랐을 거야."라고 적혀있었다. 러닝은 절대 안 된다며 겁내던 친구에게 두려워 말고 뛰어보라며 러닝을 찬양하던 나는 요즘 한참 동안 뛰지 않고 있었다. 런태기가 왔다며 멈췄더니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렵고 어려워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너무 좋은 모티브가 생긴 것이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양말 성능을 테스트할 겸 달리러 나갈 생각이다. 새벽부터 비 올 확률 40%인데 부디 이대로 나의 의지가 꺾이지 않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가끔은 정답을 알면서도 그리 살지 못 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지만 엎어지고 주저앉고 이리 꽈당 저리 꽈당하면서도 이만큼 살아온 나 자신도 인정은 해줘야 할 것 같다. 살은? 빼면 되지. 덜 먹고 더 움직이면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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