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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와 법률인들의 사명
05/07/18  |  조회:109  

4월 28일 토요일, 오렌지카운티 한인변호사협회가 기획한 한미법률의날(US-Korea Law Day) 행사에 참석했다. 매년 각 분야의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는 연례 행사모임이다. 미국과 한국의 법률에 대해 패널들이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무 경험과 관련된 교육을 받게 되는데, 캘리포니아 변호사들의 경우 매 3년마다 최소 25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자리다.

 

이날 기조 연설자는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로 잘 알려진 Liberty in North Korea(LiNK)의 대표였다. 그녀는 자유세계에 대한 열망에 관해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 주최 측에서 그녀를 행사가 있기 수 일 전에 초빙했을 테고, 아마도 우연이었겠지만, 행사가 있기 하루 전인 4월 27일 금요일에는 남북 정상들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밟은 역사적인 회담이 이루어졌었기에 듣는 이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참석자들은 이 행사의 현장에서 평화와 번영, 그리고 인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아무래도 법안 개혁과 정치에 가장 많이 개입되는 직업군 중에 하나가 법률가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이날 삼삼오오 모여든 법조인들은 남북관계와 협력에 관한 이야기로 상당 시간을 지방자치단체들과 국회, 정당, 다양한 민간단체들을 비롯한 각 분야의 법률가들이 어떻게 선도하여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민족의 교류를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몇은 앞으로의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했다.

 

며칠 전 남측의 대통령과 북측의 국무위원장이 웃으면서 악수하며 함께 걷는 모습의 사진들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중에 눈에 들어온 댓글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높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한 발자국 거리의 시멘트 분리선을 넘는 게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68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책상에 선을 긋고 사이가 좋지 않은 짝꿍이 금을 넘을 때마다 3.8선을 넘었다며 필통으로 서로를 때리고 싸우던 기억이 난다. 사랑과 증오는 한 끗의 차이인 것 같다. 불과 몇 달 전에 군사분계선을 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한 귀순 군인의 모습에 세계가 주목했었는데, 남북의 정상들이 손을 맞잡고 웃으며 그 선을 밟을 날이 올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과연 그 회담은 평화의 시작일까 아니면 단발성의 사건이었을까? 어떤 결말로 끝이 난다하더라도 민족의 화해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적어도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연출하는 그 순간에 있어서는 신뢰와 믿음이 오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변호사가 되기 위하여 꼭 거쳐야 하는 선서 과정에서, 국적과 소속을 불문하고 민주적인 기본질서의 확립과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직무를 수행하며, 사회질서 유지와 공공성을 지니기 위하여 노력하며 공헌할 것을 가슴에 손을 대고 맹세하게 된다. 물론 특정 의뢰인을 위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나 행정처분에 관한 청구, 일반 법률 사무를 대리하는 등의 업무를 주로 하지만, 사실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이상주의적이고 철학적인 사명을 따라야 한다. 과연 필자를 비롯한 많은 법률가들이 실제적으로 남북과 미국 사이의 상호 협력과 교류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는 특정 직업군만의 숙제는 아닐 듯하다. 평화 증진을 원하는 이 사회 모두의 염원이여야 하지 않을까?

이지연 변호사. JL Bridge Legal Consulting, info@jlbridge.com, (213) 344-9929, (949) 477-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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