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05/14/18  |  조회:177  

며칠 전 소나기가 왔다. 지인의 추천으로 근처 중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창의 과학 강의를 듣고 동행했던 지인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비가 몰아쳤다. 창문을 내다보니 봄비 같지 않고 마치 여름 소나기처럼 쏟아 붓고 있었다. 거리에는 예상하지 못한 비에 당황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소나기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후드를 뒤집어쓰거나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뛰는 사람들도 보였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한바탕 퍼붓더니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쯤 빗줄기가 약해지고 비를 흠뻑 품은 젖은 땅과 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집으로 향하던 중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차 한 잔 하고 들어가자고 해서 집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앉았는데 다시 후드득 빗줄기가 쏟아지고 나무가 휘청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문한 따뜻한 차가 나오고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우르르쾅쾅’ 천둥 소리가 연이어지며 소나기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찻잔이 비어갈 무렵 둘째 딸 아이가 하교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침에는 흐리기는커녕 파랗게 맑고 쨍한 하늘이었던 터라 아이들이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첫째와 셋째는 방과후 학교에서 다른 활동이 있어서 늦게 끝나니 일단 걱정을 접어두고 정시에 끝나는 딸이 문제였다. 그런데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데다가 학교에서 집까지 100미터남짓, 운동장만 지나면 우리 아파트 정문이어서 우산을 가져다 줄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내 학창시절 단 한번도 엄마가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서 기다려준 적이 없었지만 어떻게든 집에 잘 왔던 생각이 나서 나도 그냥 있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 마친 시간 5분이 지나기 전에 핸드폰 벨이 울렸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우리 딸 아이의 선생님으로부터였다.

 “어머님, 00가 비가 와서 집에 못 가겠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어머님이 오셔야 할 것 같은데……”

 

선생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빗물을 튀기며 힘껏 내달려 학교 앞에 도착했다. 아이 선생님에게 도착했음을 알리고 아이를 기다리는데 잠시 후 거짓말처럼 비가 멈추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 햇살을 가득 받으며 생글생글 웃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보아도 귀엽고 예쁜 딸이다.  비가 오는 날 한번도 엄마를 불러낼 생각을 못 했던 나와 달리 너무나 당연하게 엄마를 불러준 딸 아이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찡긋 웃으며 “ 비 안오는데?”라고 하자 아이가 “엄마, 아까는 엄청 많이 왔어.”하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맞아. 조금 전까지 그랬어. 앞으로 또 비가 그렇게 오면 그때도 엄마 불러.”하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한바탕 내몰아친 그 날의 소나기 덕분에 며칠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에  사방이 층층이 녹색으로 짙어져가고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한없이 무작정 걸어도 좋을,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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