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세티아(Poinsettia)
03/24/25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며칠 사이에 차갑던 바람이 다소 따뜻하게 느껴져 봄이 왔음을 느낀다. 그리고 보니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2월 3일)을 지났고,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2월 18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 5일)을 보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된다는 춘분(3월 20일)도 지났다. 춘분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그 다음날부터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계절의 변화를 정리해 24절기를 만들어낸 옛사람들의 지혜가 놀랍다.

아침마다 해가 뜨고, 달이 지는 하늘을 본다. 사방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맞은편에는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떠나지 못하고 달이 한 구석을 지키고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요즈음은 반달이다. 태양과 달이 보여주는 하늘의 매직 쇼를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공원에서 체조를 함께 하는 분이 '포인세티아(Poinsettia)' 가지를 선물했다. 본래 다른 분에게 주기 위해 갖고 왔으나 그분이 나오지 않았다며 도로 갖고 가려는 것을 내가 달라고 해서 얻었다. 엄격하게 얘기하자면 달라고 해서 얻은 것이니까 선물이라 할 수는 없겠다. 가지 두 개를 얻었는데 다른 분에게 하나를 주고 한 가지만 갖고 왔다. 화단에 심지 않고 화분에 심었다. 뿌리가 나고 잎이 나서 자리를 잡으면 화단으로 옮겨 심을 예정이다. 그리고 화분에 있던 하와이의 상징적인 꽃나무, 풀루메니아를 뿌리째 뽑아 잘 포장해서 포인세티아를 준 분에게 갖다 주었다.

뒤뜰에는 친구가 준 가지를 땅에 꽂아 뿌리가 나고 잎이 나서 한 그루의 훌륭한 나무가 되어 해마다 예쁜 꽃과 향기를 선물하는 풀루메니아, 열매를 먹고 난 뒤에 그 씨를 심어 싹이 나서 자라고 있는 망고 나무, 향기가 진한 민트, 동물들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며 예쁜 보랏빛 꽃을 피우는 콜레우스 카니나, 더위 먹은 피부에 좋다는 알로에, 물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하얀 꽃을 피우는 붓꽃 등이 자라고 있다. 이제 포인세티아까지 더해지면 겨울철에도 울긋불긋 화려한 색상이 작은 뜰을 밝혀줄 것이다.

포인세티아는 울긋불긋한 잎사귀와 진한 초록색 잎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다. 그 빨간 부분은 꽃이 아니라 포엽(싹이나 봉오리를 싸서 보호하는 작은 잎)이라 불리는 잎의 변형이다. 포인세티아 하나로 얼마든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남가주에서는 샘스나 코스트코 등에서 팔기 위해 빨간 포인세티아를 진열하기 시작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전령이라고나 할까?

포인세티아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16세기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제단에 선물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한 소녀는 너무 가난하여 바칠 선물이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길가의 잡초들을 모아서 성당으로 갔다. 소녀가 제단으로 다가갔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소녀의 손에 들린 잡초들이 붉은색과 초록색의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으며 그 꽃이 바로 포인세티아였다. 사람들은 이 식물을 '성스러운 밤의 꽃'이라고 불렀다. 그 후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포인세티아를 사용하게 되었다. 포인세티아의 잎 모양이 베들레헴의 별을 닮았고, 진한 붉은색이 예수의 피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가 주는 추운 겨울 분위기와 달리 멕시코가 원산지인 식물이며, 멕시코 원주민 아즈텍족은 포인세티아 수액을 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또 포엽은 빨간 염료를 만드는 데 사용했고, 그 염료는 옷을 염색하는 데 유용하게 썼다.

포인세티아는 1825년 초대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인 조엘 로버트 포인세트(Joel Roberts Poinsett)가 미국으로 처음 가지고 왔으며, 그 후 미국에서도 포인세티아가 크리스마스 플랜트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Mexican Fire Plant', 'Painted Leaf'라고 불리다가 1851년 포인세트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이름을 따서 포인세티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12월 12일을 포인세티아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포인세티아는 '축복', '축하', ‘성공’, '나의 마음이 타고 있다' 등의 꽃말을 갖고 있다.

오는 4월 4일이 청명이다. 이때부터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이 절정을 향해 달리게 된다. 대한민국의 정가도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날씨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풀어가는 본격적인 봄의 시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포인세티아의 꽃말처럼 서로가 축복의 메시지를 나누며 진정한 국가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 내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이 전적으로 잘못했다고 싸우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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