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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07/09/18  

덥다. 정말 덥다. 자동차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 사무실에서 나와 주차장에 잠깐 갔다 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캘리포니아 예년 평균 기온보다 화씨 15도에서 20도 정도 더 높다고 하니 더워도 보통 더운 게 아니다.

 

북미주 동부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애리조나, 네바다를 거쳐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남가주 밸리와 인랜드 지역은 최고 114도, 사막지역은 120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전문채널 ‘웨더채널(The Weather Channel)’에 의하면 이맘때 남가주 평년기온은 82도였으며 최고 기온은 94도~96도였다. 최고 기온까지 갈아치운 더위에 남가주가 땀을 흘리고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이번 불볕더위는 ‘열돔 현상(heat dome)’에 의한 것이다. 열돔 현상은 대기권 상층부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느리게 이동하면서 마치 돔처럼 뜨거운 공기를 지상에 가두는 현상으로, 찬 공기가 유입되지 못해 기온은 계속 올라가게 된다.

 

폭염으로 북동부와 중서부에서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18명이, 퀘백주에서 33명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더위를 먹어 사망한 사람들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60대 여성은 불볕더위에 정원을 돌보다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한 30대 남성은 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져 숨졌다. 그는 무더위에 운동을 하다 체온이 거의 108도까지 오르면서 뇌손상을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염으로 ‘열탈진(heat exhaustion)’과 ‘열사병(heat stroke)’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열탈진이 발생하면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우며 땀을 과도하게 흘리며, 열사병은 땀은 흘리지 않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열탈진과 열사병 모두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열사병은 열탈진과 다르게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체온이 상승하여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절대로 뜨거운 한낮에 실외에 오래 머무르지 말아야 하며 해 저물고 선선해질 때까지 외출을 삼가야 한다. 가능한 한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검은색 계통의 옷을 피하고 꽉 끼는 옷을 입지 않는 것이 더위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다.

 

‘쿨링센터(cooling center)’를 이용하는 것도 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남가주에서는 노인센터와 도서관 등을 쿨링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쇼핑도 하면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백화점을 쿨링센터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

특히 어린이와 애완동물을 자동차 안에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위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캘리포니아의 폭염은 건조하고 뜨거운 강풍까지 동반, 산불 위험을 높이고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에는 수십 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 상당수가 진화되지 못한 상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www.fire.ca.gov’의 fire map에 의하면 6일 현재 북가주에서 두 곳, 중가주에서 다섯 곳, 남가주에서 2곳 등 9건의 큰 산불로 10만 에이커 이상의 삼림을 태우고 있다. 전날까지 북가주에서는 산불로 주민 2,500명이 대피했다.

 

하루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남가주 해변에 10~12 피트의 높은 파도가 예상되어 익사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여름을 목전에 둔 우리에게 폭염과 강풍에 높은 파도에 이르기까지 대자연이 경고하고 있다. 더위와 불, 그리고 물을 조심하라고.

 

한국사는 친구들도 열대야를 운운하며 덥다고 난리를 치면서 태풍이 온다 하더니, 이제는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야단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자연의 경고를 들으면서 신의 섭리를 생각한다.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가서 살 사람을 모집하는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이것저것 못할 것이 없는 세상처럼 보이지만 날씨만큼은 아직도 어쩌지 못하는 신의 영역에 둘 수밖에 없나 보다. 하루 빨리 더위가 물러가고 예년 기온이 유지되어 평안한 일상을 누리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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