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빨간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나 식탁 의자에 앉아 잘 익은 깍두기와 밥을 우적우적 씹고 있을 때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정말 기발한 이야기 소재가어쩜 그렇게 잘도 떠오르는지 당장 달려가서 뭔가를 긁적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막상 펜을 손에 쥐거나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려 놓으면 그 풍성했던 생각들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머리에는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열정을 다시 리셋해 주는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글쓰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나 마땅한 제목이나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글쓰는 것을 포기하고만 싶을 때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이다.글 쓰는 것이 좋아서 뭔가를 긁적이고는 있지만 부족함 투성이인 나에게 다른 작가들의 수필이나 단편집은 믿고 먹는 건강보조식품같은 역할을 해 주곤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이렇게 축축 처지고 늘어지는 나를 일으켜주고 한숨을 미소로 바꿔주는 사소한 행복들이 은근히 많다. 책상 한 구석이나 책장, 방안 여기저기에서 누군가 나에게 선물했던 물건들이나 뭔가 의미 있는 물건들을 찾아 보자. 매일 방 안에 있어도 눈길 한번제대로 주기가 힘들지만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이 선물을 샀겠구나’ 생각을 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당장이라도 그 사람을 불러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이나 향이 좋은 와인 한 잔도 좋을 것이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푹신한 소파가 있는 찻집에서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어도 좋겠다.
가끔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지끈거릴 때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 나무, 꽃, 풀과 같은것을 바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정말 뛰어난효과가 있다. 꼭 야외로 나갈 필요 없이 창밖을 바라보거나 실내에 선인장 화분이나 꽃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푸르름을 느낄 수가 있다. 꼭 살아 움직이지 않더라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나에게 큰 위안과 격려가 되어 준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를 앞에 앉혀 놓고 세상에 나만 혼자인 것 같다고 푸념하며 한숨을 내쉬지 말자. 그들의 자리가 슬퍼진다. 그 친구는 나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다가 아무 것도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말을 아끼고 행동을 주의하는 것이니 무관심하다며 섭섭해 말자. 나를위해 소리 없이 기도하고 있을 그 사람을 잊지 말자.
주위를 둘러보면 오늘도 감사한 일 투성이다.
추운날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라면과 빠질 수 없는 잘 익은 김치, 내 귀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추억의 노래, 보고 또 봐도 자꾸만 보고 싶은 내 님의 미소, 내 소중한 친구와의 안부 문자한 통, 최고의 섹시 스타 마를린 몬노가 옷 사이즈 10 이었다는 반갑고 즐거운 뉴스, 오늘따라착착 잘 붙는 화장발, 남의 남자지만 대리 만족으로 충분한 드라마 주인공들, 믿거나 말거나싱겁지만 오늘도 나를 웃게해 주는 농담 한마디......
유난히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냈다면 그대에게 “Breathe! It’s just a bad day. Not a bad life.”라고말해주고 싶다. 사소한 행복 속에서 오늘도 힘을 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