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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10/29/18  

옛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 진다”고 했다. 추워지면 모기가 맥을 추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왠일인지 올해는 여름보다 가을에 모기를 더 많이 만나고 있다. 10월 말인데도 말이다. 어제도 잠자리에 들었는데 귓가를 맴도는 모기 소리에 잠이 홀딱 깨고 결국 잡지 못한 모기 때문에 찜찜한 기분으로 밤을 보냈다.

 

모기를 보고 검까지 뽑아든다고 과잉대응을 빗댄 ‘견문발검’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사실 모기 한 마리에 온갖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곤충 포비아라고 할만큼 곤충들을 무서워한다. 어려서부터 좋아하지 않았는데 크면서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언젠가 내 치마 폭으로 송충이가 떨어졌을 때부터인지, 무심코 만진 머리에 엄지손가락만한 딱정벌레가 잡혔을 때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종종 집 안으로 들어오는 개미떼 때문에 기겁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화장실을 뒤덮은 개미떼를 처리하다 말고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한 적도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보이는 개미떼 때문이었는지 화창한 날 개미 잡고 있는 신세가 처량해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엄마를 닮은 걸까? 모기나 파리만 봐도 기겁을 하고 호들갑을 떤다. 막내 녀석은 화장실에 날파리가 있다고 변기에 앉아 폭풍 오열을 하지를 않나. 지난번 어느 식당에서는 파리가 하도 많아 아이들이 난리를 피우는 통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나왔던 적도 있었다. 모기 역시 질색을 하다보니 방마다 모기 퇴치용 전자 모기향 홈매트를 설치하고 매일밤마다 아이들이 직접 전원을 켜며 모기 퇴치에 앞장선다.

 

시중에 모기장, 모기향, 모기약 등 각종 모기 퇴치 제품과 살충제가 나와 있지만 철마다 주위에서 모기 안 물렸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사막 기후인 캘리포니아에서 이십여 년 사는 동안 동네에서 모기에 물리거나 모기 구경을 한 일이 없었건만 한국은 매년 모기와의 전쟁 중인 것이다. 1억 7천만 년 전 화석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그놈의 모기 때문에 여전히 일본뇌염 주사를 맞아야하고 모기와 관련된 각종 정보와 뉴스가 쏟아진다. 모기 중에서도 암컷만 산란기에 피를 빨며 후각이 발달해 땀 냄새, 발 냄새, 향수 냄새를 좋아하고 O형이 A형보다 모기 물릴 확률이 2배 더 높다는 정도는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알게된 한 가지, 모기가 탁월한 비행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모기가 귓가에서 윙윙 거리기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우리는 모기를 잡기 위해 전투 태세에 돌입하지만 정작 모기의 움직임을 쫓다보면 깜쪽같이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눈에 불을 밝히고 집중해서 모기 탐색전을 펼치지만 순간 이동한 듯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경우 말이다. 항상 그냥 모기가 너무 작아서 그런줄 알았는데 비행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는 모기가 비행 중 비행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기는 순간 및 선회 속도가 인간의 안구 회전 속도보다 빨라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모기를 놓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하튼 어젯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쳤더니 아침부터 찌뿌둥하고 피곤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몸이 반응하는 대로 가려운 곳을 긁적였더니 아니나 다를까 두 군데 모기의 공격을 당했다. 좌우 팔꿈치 옆으로 쌍둥이처럼 같은 곳을 물렸다. 갑자기 한 마리가 두 곳을 물었는지 두 마리가 나란히 물었는지 궁금해진다. 이제 제대로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모기들이 극성이라니 아 정말 모기는 싫다! 썩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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