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
05/28/19  

지난 16일, 호주의 한 연구팀은 인도양 상의 코코스 제도의 섬들에서 무려 4억1,400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을 발견했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와이까지 가는 요트 경기에 참가했던 찰스 무어는 경기 도중, 태평양 바다 위에서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 섬을 발견했다.

 

후에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그 섬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졌으며,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약 15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이런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섬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난 35년 동안 조사 연구한 것을 토대로 미항공우주국과 미해양대기국은 육지로부터 떠내려 와 만들어진 거대 쓰레기 섬들이 해류를 타고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 등으로 돌아다니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쓰레기더미로 만들어진 섬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끔직한 것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해저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는 지난 5월 1일, 잠수정을 타고 미라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에 4시간 동안 머물며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생물 4종을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수심 10,928m-에서 비닐봉지와 사탕 포장지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착한 것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를 뒤집어 엎어 놓은 것보다 2000미터나 더 깊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도 쓰레기가 발견되었다니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문제는 심각한 실정이다. UN 발표에 의하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1억 톤에 달한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동물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방송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이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지난 3월 필리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새끼 고래의 배 속에서 비닐봉지가 40Kg이나 나왔다. 같은 달 이탈리아에서 역시 사체로 발견된 고래 암컷 위장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20kg이나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로 죽어가는 고래, 바다사자 등 해양 포유동물이 연간 약 1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알갱이부터 스티로폼 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이 차지하고 있다. 이 크고 작은 플라스틱을 물고기와 새가 먹은 것이 확인됐고, 심지어 바닷새는 비닐과 폐그물 줄을 이용하여 둥지를 짓고 있다.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 등 거대 쓰레기섬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인류의 미래가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생선과 새처럼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바다에만 그치지 않는다. 말레이지아에서는 사람들이 마구 버린 플라스틱백(비닐봉지)이 하수관을 막아 파리와 모기알집이 급속하게 증가하여 말라리아가 창궐하였고, 방글라데시에서는 플라스틱백이 하수관을 막아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다. 그 이후 방글라데시에서는 플라스틱백 제조가 불법업종이 되었다.

 

프랑스의 카트린 드 실기는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란 책에서 플라스틱 제품의 폐해가 심각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위생관념이 뿌리내리고, 급격한 인구 증가와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쓰레기양은 급격하게 늘어났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방법만이 우리 인류가 쓰레기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백을 비롯해 플라스틱 빨대, 플라스틱 컵 등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의 사용을 제한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1일 메인주가 미국 주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일회용 스티로폼(폴리스타이렌) 용기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1일부터 메인주 내 음식점과 커피숍, 식료품점 등에서 이들 제품의 사용이 금지된다. 위반 시 1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올해부터 주 내 모든 음식점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최고 3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이 법률은 좌석이 있고 직원이 주문을 받는 음식점에만 적용되며, 패스트푸드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럽연합(EU)도 플라스틱 면봉, 빨대, 풍선 막대, 그릇, 식기, 음료 막대, 병, 물티슈, 봉지, 포장지 등 일반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소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작은 일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오래오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세상으로 물려줄 수 있는 길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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