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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04/23/18  |  조회:111  

한때 나는 오지랖 넓다는 말이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도움주길 좋아하며 다양하고 넓은 인간관계를 중요시여기는 꽤 괜찮은 사람들의 조건인냥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나니 도를 넘어선 주위의 오지랖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싶어질 때가 있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접하는 오지랖 멘트들은 대략 이렇다.

어릴 때는 밥 잘 먹어라!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인사 잘해라! 말 잘 들어라!

학교 들어가니 공부 잘 하니? 친구랑 싸우지 마라! 부모 말씀 잘 들어라!

 

고등학교 가니 좋은 대학 가라고 하고, 대학 갔더니 좋은 데 취직하라 하고, 취직해서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있으면 결혼 언제 할 거냐고 하고,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다 보면 애는 언제 가질 거냐 하고, 아이 낳고 육아로 눈코 뜰 새 없이 살고 있으면 둘째는 언제 갖냐 하고, 아들만 있으면 아들 무슨 소용있냐고 딸은 꼭 있어야 한다고 그러고, 딸만 있으면 그래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 든든하다고 그러고, 외동 아이 키우면 그래도 형제가 있어야지 하나만 키우면 외롭고 버릇없다 그러고, 둘, 셋 키우면 첫째가 안쓰럽다고 그러고……

 

그것뿐이겠는가? 오지랖에선 특히 여자가 최고의 희생양이 아닐까 싶다. 결혼해라, 애 낳아라, 모유수유해라, 애 울리지 마라, 애 춥게 입히지 마라, 살 빼라 등등 내 가족 계획은 물론, 외모와 육아에 대해서도 간섭 받고 종용 당하기 일쑤다. 이 정도쯤 되면 오지랖이 침범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게 정녕 존재하기는 할까 싶다.

 

아이가 넷인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면 숱한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 남의 일에 지나치게 상관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아이들 생각해서 건내 주는 친절의 표현인가 보다 하면서 좋게 생각했는데 가만히 듣다 보니 생면부지 낯선 타인에게 혼이 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나의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면서 나를 나무라거나 면박주거나 지적하지만 정작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그저 무례한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주변의 영향을 받게 된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복종하게 될 뿐 아니라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미래를 계획함에 있어서도 주변의 압력을 받게 되고 본인의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이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문화와 정서는 끈끈한 가족적인 유대와 친밀감을 중요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게 표출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가끔은 도가 지나친 오지랖 문화에 정신이 멍해질 때가 있다. 물론 나를 걱정하는 진심 어린 한 마디일 수도 있고 본심과 달리 제대로 표현할 줄 몰라서 오해가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삶에 무슨 지분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생각나는대로 말을 던진다면 분명 상대에게 (특히 서로 모르는 사이일 경우) 불편한 언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말 걱정된다면 차라리 침묵해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다 걱정해서 잘되라고 하는 소리인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냐고 한다면 그 애정 어린 관심의 한 마디라는 것이 가족적인 친밀감 외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하지만 얼마전 커다란 쓰레기를 낑낑거리며 들고 가는 우리에게 짐싣는 카트를 말없이 빌려주신 아파트 1층 주민과 병원에서 친정 엄마에게 볼펜있냐고 묻는 것을 들으시고 바로 가방에서 볼펜을 꺼내 내밀어 주신 아주머니에게는 커다란 고마움을 전한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위하는 애정 어린 착한 오지랖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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