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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취미는 독서
12/02/19  

얼마 전 침대 밑에서 뭔가를 찾다가 언제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 몇 권을 찾아냈다.  스마트 폰을 끼고 사느라 마지막 읽었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책이 알아서 나를 찾아온 셈이다. 한 권은 책 표지만 봐서는 언제 샀는지, 다 읽기는 한 것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기억력으로 책은 읽어 무얼하나 싶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책이나 읽어볼까 싶어서 얼른 침대에 누워 독서 자세를 취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책은 일단 사고 보는 스타일이다. 도서관을 이용해도 되고 빌려 읽어도 될 텐데 나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책 사는 것만큼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처음 책 사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 때인데 용돈으로 장난감이나 군것질거리를 사오면 꼭 부모님으로부터 한소리를 들었는데 책만은 예외였다. 그 이후로 돈이 생기면 나는 꼭 책을 샀다. 책을 사는 데는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점차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책이 생겼고 제법 독서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이 주는 즐거움에 비하면 책 값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공책에 옮긴 후 읽고 또 읽었으며 때로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어구에 좋은 구절들을 담아내기도 했었다. 책을 통해 나만의 우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접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느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가슴이 뛰었고 다양한 꿈을 꾸게 되었다. 책은 친구처럼 재미있고 애인처럼 달콤하며 부모처럼 넓고 깊었다. 그렇게 나의 책 사랑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고비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정확히 그게 언제부터인지 알고있다. 바로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부터이다. 나의 독서량은 부끄러울 정도로 현저히 줄었다. 물론 지금도 책을 좋아하고 서점에 가는 것도 좋아하며 읽고 싶은 책은 주저없이 구매한다. 그런데 산 책을 다 읽지는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책 한 권 끝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책에 집중하지 못한다. 책은 읽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독서의 흐름이 깨지고 결국 책과 멀어진다. 그리고 책과 멀어진다는 것은 나의 뱃살이나 팔자주름만큼이나 인정하기 싫고 숨기고 싶은 일이다.

 

취미를 물으면 별 망설임 없이 "독서"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지금 그렇게 답한다면 몹시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인지 요즘에는 취미를 물어오는 사람도 없음). 독서하는 시간보다 티브이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말도 못하게 길기 때문이다. 나름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읽고 있다고 우겨보고도 싶지만 과연 그것을 “독서”라 부를 수 있느냐 하면 그 또한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아직 “독서”를 대신 할 만한 그럴듯한 취미를 찾지 못해 당분간 나의 취미는 “독서”이다. 이제 조만간 누군가 나에게 취미를 물어 오기 전에 얼른 읽고 있던 책을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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