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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큰 기적이 있었구나
01/31/22  

흔히 “별 일 없으십니까?” 혹은 “별고 없으십니까?”라고 안부를 묻는다. 이 평범한 인사말 속에 삶의 참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별 일 없음’이란 ‘별다른 일이 없다’는 뜻이다. 별고란 ‘뜻밖의 사고’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별고가 있다면 큰일이다.

 

요즘 기상 재해가 빈번하다. 이런 것을 우리는 변고라고 한다. 변고란 ‘재난과 사고’를 말한다. 반면 아무 일 없는 것을 평상시라고 한다. 줄여서 평시 혹은 상시라고도 한다. 평상시의 반대말은 비상시다.

개인적으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이 별 일 없는 것이다. 곧 건강하다는 의미이다. 별다른 일 없음이 곧 행복한 평범한 일상인 것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단란하게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이를테면 직장에 출근했던 남편이나 학교에 갔던 자녀가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이미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혹시 불행한 사고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혼비백산하게 된다.

이와 같이 별일이 생기고 나면 그때서야 아무 일 없던 그 때를 그리워하며, 그때가 바로 행복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이 곧 행복임을 알아야 한다.

 

붓다는 『숫따니빠따(經集)』에서 “부모를 섬기는 것, 처자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하지 않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참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본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 최상의 행복이 있다는 말이다. 부모가 살아있다는 것은 자식에겐 최상의 기쁨이다. 그리고 화목한 가정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다. 여기에 다시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하지 않는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다.

 

행복은 평범한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안정된 가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태를 느껴 밖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때부터 그 가정에는 불행이 시작된다.

삶의 재충전을 위한 일상의 탈출이라면 권장할 만하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무 일 없음보다 못하다. 평범한 일상이 곧 기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전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신기한 일’을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하느님·성령의 힘을 입은 특수한 사람이 행하는 일 곧, 예수가 ‘기도로써 문둥병·앉은뱅이를 고친 일’ 등을 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말해서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일을 이룬 것만 기적이 아니다. 일상이 곧 기적인 것이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평상시가 곧 기적이다. 사실 한 인간으로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기적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다는 것, 그 자체에 무한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인생을 외줄타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조건 부처님께 매달려 복을 빌라는 것은 아니다. 맹목적으로 부처님께 구원을 청하는 것은 올바른 불교도의 신앙이 아니다. 부처님은 구세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한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보다는 계율을 잘 지키고 바르게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한다면 오늘도 어제와 같이 아무 일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보다 현실적인 불교도의 삶인 것이다.

 

외출했다가 사찰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종무소에 들러 ‘별 일 없었느냐?’고 묻는다.

종무소 직원은 ‘절에 무슨 별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오늘도 큰 기적이 있었구나!’ 하고 안심한다.

 

마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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