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속에서 사는 시간
09/25/23  

본훼퍼는 그의 옥중 서신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란 무엇일까? 그 분별은 시간만이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은 바로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시간이다. 어머니와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이다. 친구와 형제의 시간이다.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모든 실패를 바꾸어 놓는다”. “성공과 실패를 구분짓는 것이 시간”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대단한 성공도, 엄청난 실패도 시간이라는 세월 앞에 깎이고 다듬어져서 같아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간 앞에 겸손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세월이 약이다 (Time Heals the Wound)”라는 말은 시간에 순응할 때 그 효력이 생깁니다.

시간의 주인은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각 나라의 경계를 정하시고, 사시(사철)를 정하시고, 그리고 우리 인생의 시간을 정하시어 살게 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죽음으로 마냥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 인생의 시간을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영원한 생명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 주님의 “은총의 시간”, “은혜의 시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혹 우리의 남은 시간이 짧게 느껴지십니까? 그러나, 분과 초로 쪼개어 보면 큰 시간의 커튼의 주름 속에 가려졌던 짧은 시간들이 새살처럼 드러납니다. 그 시간은 짧지만 긴 시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원이라는 시간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베드로 사도의 말처럼 하루를 천 년같이 사는 것입니다. 즉, 오늘 하루 우리가 내뱉는 말, 품는 생각, 하는 행동이 천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게와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그런 말, 생각, 행동이 되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혹시 말을 내뱉기 전에 “이 말이 얼마짜리인가?”를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신지요? 얼마 전 CBS 인기 프로그램 “The Price Is Right”의 최장수 사회자 Bob Barker가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즐겨보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 이름이 참 재미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방청석에서 뽑힌 참가자들이 사회자가 보여주는 물건의 소매가에 가장 가까운 가격을 제시하면 그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격이 제시한 사람에게 사회자가 “The Price Is Right!”(그 가격 맞습니다!)라고 소리치면,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누구나 뛸 듯이 기뻐합니다.

오늘을 살면서 영원이라는 시간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승자의 기뻐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 마음에 품는 단 하나의 생각, 그리고, 행동 하나 하나를 하나님께서 보시고, 들으시고, 읽으시면서 “The Price Is Right” (그래, 네 그 말 한마디, 그 한 생각, 그 한 행동이 내가 바라는 그것이다)라고 인정해주시는 그런 오늘, 그런 인생이 바로 이 땅에서 영원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분명히 우리의 가장 귀한 동반자입니다. 이 시간에게 이렇게 손 내밀어 청을 하면 어떨까요?

시간,
내 인생 동무여!
그대의 거친 손,
그대의 눈물,
그대의 힘든 발걸음,
그대의 텅빈 마음,
다 내 탓이로군.
내 이제 멈춤세,
그대 홀로 세워둘 수 없길래
같이 가세
저 영원의 문 안으로.

다시 맞는 한 주, 소중한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매일매일을 영원의 시간으로 수놓아가시길 축복합니다.


윤병준 목사(남가주뉴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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