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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휴식
11/03/23  

내게 휴식은
비어 있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비어 있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건,
시간 속에 나만 들어가 있는 걸 말한다.
시간 안으로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한다.
사회적 시선, 압박,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말들.
지치지 않고 찾아오는 불안, 걱정, 두려움도.
시간이 공이라면 그 안에
나만 존재하는 것이다.
나와 관계 맺은 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감각도 필요했다.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떨어져나와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어본다.
나는 혼자이고,
나는 자유롭다고 감각해본다.
단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가벼운 상태가 되는 것.
이 상태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휴식이었다. 

-황보름의 <단순 생활자> 중에서

 

황보름
수필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저서: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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