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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01/02/24  

대개 “왜 하필 나야?”라는 물음으로 우리의 고통은 그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말 좀 해보세요” 하고 저도 하늘을 향해 여러 번 외쳤습니다. 우주 전체, 이 천지간 고아가 된 듯한 괴로움은 제 고통이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자책이 되고, 타인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위로 받고 싶었던 그때, 어린 나비 날개처럼 마음이 여렸던 때 겪어야만 하는 손가락질은 이미 그 각오만으로도 긴긴 불면을 가져다 줍니다. 삶이 내게 왜 이리 인색한지 모르겠고, 착하게 살고자 노력했으나 그것이 바보 같은 시도라는 것을 증명해줄 본보기로 내가 뽑힌 것 같은 그런 억울함, 분노 같은 것들이 밤새 샌드페이퍼처럼 제 마음을 갉아대곤 했습니다.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공지영
작가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
저서: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상처 없는 영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하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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