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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남자
02/20/24  

“어제 어떤 남자가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하잖아. 버스를 기다리고 섰는데 말이야.”
“그게 다예요?”
그녀는 노여움으로 입술을 잠시 오므렸다.
“얼마나 험상궂었는지 모른다. 너무너무 무서운 인상이었단 말이야. 1달러를 줬는데 계속 더 달라고 하잖아. 그때 마침 버스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 내 머리를 후려쳤을지도 몰라.” (중략)
할아버지가 돌아섰다. 난 그제야 할아버지가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말 별일 아니야. 나도 네 할머니를 은행까지 태워다주는 거 별일 아니야. 네 할머니는 예전에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남자에게 협박을 받은 적도 있어. 그런데 그까짓 한 명이 그런다고 뭐가 별일이겠니? 내가 진짜 이유를 말해줄까? 네가 처음 이 부엌에 들어오기 전에 네 할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그 남자 흑인이었단 말예요.’ 이랬어.”
‘흑인’이라는 단어에서 할아버지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네 할머니가 무섭다는 진짜 이유가 바로 그거야.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
할아버지의 말은 무거운 주먹처럼 내 가슴을 강타했다. 가슴이 떨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중략)
두 분이 집에서 나간 뒤에 나는 내 침대에 걸터앉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 생각했다. 두 분은 나를 위해서 온갖 것들을 희생하고 또 희생했다. 당신들이 가진 모든 희망을 나의 성공에다 쏟아부었다. 나를 향한 두 분의 사랑을 의심할 수 있는 구석은 여태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피부색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두 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버락 오바마의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중에서

버락 오바마
ㆍ1961년 8월 4일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ㆍ어머니와 재혼한 인도네시아인 의붓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가서 살다가 교육을 중시했던 어머니의 뜻으로 하와이의 외조부모 집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님
ㆍ컬럼비아대학(정치학), 허버드대학 로스쿨 졸업
ㆍ제 44대 미국 대통령(2009년 1월 20일 ~ 2017년 1월 20일)
ㆍ저서: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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