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생각
홈으로 운세
나무는 주저하지 않는다
03/11/24  

사람이 실수 혹은 실패가 주는 두려움에 갇혀 발을 내딛지 못하는 동안에도, 숲에 사는 나무들은 주저하는 법이 없습니다. 도피할 수도 없는 붙박이의 숙명을 받고 태어나 평생 빛과 양분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생명이지만, 나무는 오직 자신이 열고 싶은 하늘을 바라보며 순간을 살아낼 뿐입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새 가지를 뻗어내면서도 나무는 도달하고 싶은 하늘에 닿을 수 있을지 닿지 못할지를 염려하지 않습니다. (중략)
어쩌면 나무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성장 중에는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가지들이 있고, 그것들이 발 아래로 떨어져 썩어야 비로소 다시 힘이 되어 더 단단한 줄기를 성장하게 도울 것이라는 사실을. 본래 실수이거나 실패라는 놈은 그렇게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김용규의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 중에서

김용규
숲학교 ‘오래된미래’ 교장, ‘자연스러운삶연구소’ 소장
저서: <숲에서 온 편지>, <숲에게 길을 묻다> 등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