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굳이 해마다 마치 ‘통과 의례’를 치르듯 엄청난 모험을 준비하는 기분으로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여행은 좀 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몸짓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을 거듭하면서 나는 내향성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은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조금씩 극복하는 계기이기도 했지만, 나의 내향성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게 만든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성적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이제는 나의 내향성 자체를 굳이 바꾸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 삶을 꿈꾼다. 여행의 체험을 글로 빚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분투하는 동안,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삶을 바꾸는 크고 작은 모험이 더욱 필요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여울의 <내성적인 여행자> 중에서
정여울
작가
저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마음의 서재>,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