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 6·25전사 미군·카투사 4만여 명 이름 각인
08/01/22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KATUSA)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이 준공됐다.

올해로 69주년을 맞은 한국전쟁 전정기념일인 지난 27일 열린 준공식에는 한국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조태용 주미대사가, 미국에서는 부통령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털럴리 한국전참용사추모재단 이사장 등과 미군 참전용사, 한인 교포 등 2천명 가량이 참석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한목소리로 한미 동맹 강화를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한미 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낸다”며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축사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는 “미국과 한국 청년들이 자유와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추모의 벽은 양국이 앞으로도 나란히 함께 설 것이란 영원히 지속될 약속을 상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의 벽’이 준공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추모의 벽 건립이 처음 구상된 것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의 내셔널몰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비롯해 2차대전기념공원, 베트남전참전기념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전사자 이름이 음각으로 새겨진 다른 시설물과 달리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만 전사자 이름이 빠져 있었다. 이에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새긴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나섰다. 이후 2011년 미 하원에 건립 법안이 상정됐지만 관할 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은 의회에 장기간 계류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10월 가까스로 상원을 통과됐다. 하지만 270여억 원의 건립 비용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5년 넘게 첫 삽조차 뜰 수 없었다. 그러다 2019년 한국 정부가 전체 건축비의 90%(약 266억 원)를 부담하기로 하고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풍산그룹 등 한국 민간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건립 법안이 통과된 지 5년 만인 지난해 5월에 착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추모의 벽은 조형물 중앙의 '기억의 못' 둘레 130m에 1m 높이의 화강암 소재 패널로 비스듬히 벽을 세우고 벽면에 미군 전사자 3만6천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천174명의 이름을 군별, 계급·알파벳 순으로 각인했다. 이는 미국 내 참전 기념 조형물 가운데 비 미국인 전사자 이름을 새긴 첫 사례이다.

추모의 벽은 미 국립공원관리청에서 기본 관리를 맡고,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이 조경과 조명, 보수 등 종합 관리를 담당한다. 노후 등으로 개·보수가 필요할 경우 한국 국가보훈처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제일 왼쪽) 등 ‘추모의 벽’ 준공식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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