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고립된 한국 관광객, 집 내준 주민과 제육볶음 파티
01/03/23  

▲ 폭설로 발이 묶인 한국인 관광객 10명을 집으로 맞아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보낸 알렉산더 캄파냐(왼쪽 첫째). 사진=페이스북(알렉산더 캄파냐)

 

한국 관광객 10명이 최근 미국 동부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해 고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가 도움을 청하러 방문한 인근 주민의 환대 덕분에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만들었다.

지난 25일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D.C.를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한국 관광객 10명이 눈 폭풍으로 오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현지 주민에게 구조돼 따스한 환대까지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은 지난 23일과 24일 전 지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지난 26일 현재 170만 이상의 가구와 기업에 정전이 발생하고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특히 뉴욕주 버펄로 지역은 폭설과 강풍으로 가시거리가 제로에 가까운 ‘화이트아웃’ 현상도 벌어졌다.

NYT는 이런 가운데 한국의 한 여행 업체를 통해 뉴욕을 여행 중이던 최 씨(27)와 그의 일행 9명이 지난 23일 밴을 타고 이동하던 중 버펄로시 근처에서 예상치 못한 눈 폭풍을 만나 고립됐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최 씨의 말을 빌려 "(당시) 눈이 도로에 빠르게 쌓여 차량 운행이 더 이상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눈에 갇힌 벤을 파내기 위해 인근 주민인 캄파냐(40)에게 삽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버펄로의 악명높은 눈 폭풍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치과의사인 캄파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주말 동안 자택에 머물 수 있도록 3개의 침실과 음식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눈 폭풍이 강타할 것을 예상했던 캄파냐는 사전에 식량을 충분히 비축해 둔 상태였다. 게다가 평소 한식 애호가였던 캄파냐 부부는 집에 간장과 고추장, 참기름은 물론 김치와 밥솥까지 구비하고 있었다.

자신은 고교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던 아내와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는 최 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운명과도 같았다."며 캄파냐의 환대에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너무 많은 음식을 먹었다. 캄파냐 부부와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는 행복했고 행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씨 일행은 캄파냐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그의 가족에게 제육볶음과 닭볶음탕 등 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파냐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즐거웠다면서 "독특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뜻하지 않던 손님들과의 만남이) 한국 방문을 계획하도록 영감을 줬다."며 "우리는 이 추억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뉴욕 한국영사관 김의환 총영사는 지난 28일 눈 폭풍으로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 일행 10명을 집으로 초대해 환대를 베풀어 준 현지 치과의사 알렉산더 캄파냐(40)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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