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홀트, 해외 입양 아동 보호 의무 위반 배상”
05/22/23  

▲ 신송혁 씨와 그의 가족들. 사진=Gosia Wozniacka/AP

 

44년 전 3세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입양 기관이 억대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16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는 이날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46)가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홀트)를 상대로 제기한 2억100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홀트는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신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홀트는 후견인으로서의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양자가 될 자의 국적 취득 사실을 확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홀트가 신 씨를 고아로 속여 입양 보냈다는 신 씨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신 씨의 생모는 살아 있었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구 호적법 20조에 따라 무적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진 않았다. 국가가 홀트의 보호 의무 위반 사실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홀트에 대한 감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한편 신 씨는 세 살이었던 1979년, 두 살 많은 누나와 함께 홀트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남매에게 폭행과 학대를 일삼은 미국인 부모는 7년 만에 남매를 버렸다. 남매는 고아원에 보내졌고, 이후 ‘좋은 부모’에게 입양된 누나와 달리 남동생은 운이 좋지 못했다. 고아원을 전전하던 그는 12살이 되던 1991년 오리건주의 토머스 크랩서 부부에게 입양됐다. 3살 때 ‘신송혁’이 된 그는 12살에 ‘애덤 크랩서’라는 이름을 얻었다.

두 번째 양부모도 그를 때리고 학대했다. 입양되던 해 양부모가 아동 학대 등 혐의로 체포되면서 집에서 쫓겨난 그는 노숙인 신세가 됐다. 양부모가 그에게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주지 않아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됐다.

그는 36살이던 2012년에야 영주권을 신청했는데, 과거 저지른 전과로 2016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그는 노숙 생활을 하던 중 한국에서 가져온 성경과 강아지 인형을 되찾으려고 두 번째 양부모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들켜 ‘주택 침입죄’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출소 후 식당에서 일하다가 베트남계 미국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뤘지만 강제추방되면서 더 이상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거주할 수 없게 됐다

신 씨는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다. 그는 홀트가 입양을 추진할 때 친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아로 호적을 꾸몄으며, 입양 사후 관리를 다하지 않는 등 법적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고아 호적을 만들면 ‘친부모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해진다.

신 씨는 국가에도 책임을 물었다. 기관의 위법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대리입양’ 제도를 허용해 잘못된 관행을 도왔다는 것이다. 대리입양은 홀트같은 입양기관이 양부모 대신 국제입양 절차를 처리하는 제도다. 2012년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고서야 내·외국인이 입양하려면 가정법원 허가를 받도록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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